김정은의 '전쟁할 결심'…불바다인가 불장난인가

입력 2024-02-04 18:23   수정 2024-02-13 16:38


‘북한은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가.’

연초 국내외 외교·안보 전문가 사이에서 떠오른 가장 뜨거운 화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근 ‘선대의 유훈’인 조국통일 3대 헌장(자주·평화통일·민족대단결)을 헌법에서 삭제했다. 또 한국을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이라 규정하고, “유사시 핵무력을 포함한 모든 수단과 역량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라”거나 “모든 수단과 역량을 총동원해 대한민국을 완전히 초토화해 버릴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말뿐 아니다. 북한은 연초부터 동·서해상으로 네 번의 순항미사일 발사, 서해 해안포 사격(1월 5·6·7일), 극초음속탄도미사일 발사(14일), 전술핵 탑재 수중 핵어뢰 ‘해일’ 시험(19일) 등 다양한 군사 도발을 벌이고 있다.

이에 일부 해외 전문가들은 ‘북한이 전쟁을 결심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전면전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주류 학계에선 북한의 전면전 시도 가능성은 낮지만, 국지적 도발이나 우발적 충돌 가능성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北 전쟁 결심론은 논리적 비약”
‘북한 전쟁 결심론’은 로버트 칼린 미국 미들베리국제연구소 연구원과 시그프리드 헤커 미 스탠퍼드대 명예교수가 지난달 11일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에 올린 칼럼 때문에 촉발됐다. 이들은 칼럼에서 “한반도 정세는 1950년 6월 초 이후 그 어느 때보다 위험하다”며 “지나치게 극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우리는 김정은이 1950년 할아버지(김일성)처럼 전쟁을 하겠다는 전략적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본다”고 썼다.

미국 전직 관료들도 비슷한 의견을 내면서 논란이 커졌다.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출신인 대니얼 러셀 아시아소사이어티 부회장은 “김정은이 2010년 연평도 포격을 넘어서는 공격을 할 의도가 있는 것 같아 보인다”며 “우리는 김정은이 충격적인 물리적 행동을 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칼린 등은 김정은이 전쟁을 결심했다는 주장의 근거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완전히 포기한 점을 들었다. 두 번째로는 2019년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미국과의 회담이 결렬된 데 대해 김정은이 받은 충격을 언급했다. 칼럼은 당시 상황에 대해 “김정은에게 충격적인 체면 상실”이라며 “이후 북한 정책의 거대한 변화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기술했다.

이 같은 분석에 대해 국내 학계에선 “논리적 비약이 크다”는 의견이 다수다. 미국 내에서 ‘핵전쟁’을 염려하는 일부 그룹이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풀어야 한다는 의견을 꾸준히 내왔고, 이번 칼럼도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의견이 힘을 얻을 경우 자칫 “북한이 원하는 대로 끌려다닐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해당 칼럼에 대해 “이미 북한은 2008년 ‘미국과의 관계 개선과 핵 개발은 별개’라고 선언한 바 있어 역사적 사실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2019년 하노이 회담의 결렬 역시 2023~2024년 북한이 전쟁을 결심했다는 주장과 시기적으로 큰 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해외 전문가들도 칼럼이 지나친 비약일 수 있음을 지적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25일 칼럼에서 스팀슨센터 연구원의 발언을 인용해 “(북한이) 한국·미국과의 긴장을 고조함으로써 김정은은 그들의 자금과 산업을 북한 주민 대신 무기 생산에 사용하는 일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진짜’ 목적은 군사도발을 통해 내부적으로 체제 결속을 꾀하고, 대외적으로 오는 11월 미국의 대통령선거 이후 새 행정부와 협상을 통해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것이라는 의견이다.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원은 “북한의 대남정책 전환은 의도적으로 핵전쟁 위기를 조성해 핵보유국 지위를 강화하고 궁극적으로 국제적 승인을 확보하려는 노림수”라고 설명했다.
韓美 당국은 차분…“국지 도발 대비해야”
우리 정부는 최근 북한의 군사 도발에 대해 과거에 비해 차분히 대처하는 모습이다. 이 같은 반응은 북한의 행태가 ‘전쟁 협박’에 가깝다는 분석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란 평가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최근 북한의 도발과 관련한 KBS 라디오 전화 인터뷰에서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며 “국민은 북한의 위협, 공갈에 휘둘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북한이 러시아에 수출하는 군수 물자가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는 게 그의 견해다. 신 장관은 “북한이 진짜 전쟁을 하고자 했다면 전쟁 수행에 가장 필요한 포탄을 러시아에 수백만 발 단위로 수출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군은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로 불리는 ‘KN-23’과 600㎜ 초대형 방사포인 ‘KN-25’ 등이 이미 러시아에 흘러 들어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정부 역시 북한의 도발보다 러시아에 대한 무기 지원에 더 신경 쓰는 모습이다. 정구연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은 남북관계에서 북한을 바라보지만 미국은 우크라이나 및 중동 전쟁까지 모두 신경 써야 하는 위치여서 북한의 대러 무기 지원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북한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국지 도발’을 벌일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북한이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으로 자신감을 얻은 상태”라며 “러시아 입장에서도 동북아시아에서 북한이 도발을 일으키면 미국의 부담을 높일 수 있어 반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김정은은 당장 전쟁을 일으킬 것처럼 위기를 조성하지만 북한은 실제 농사 준비에 바쁘고, 휴전선 일대 군부대들이 지방 공장 건설장으로 이동하는 중”이라며 “북한의 총선용 군사 도발에 속아 국민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김정은의 의도에 넘어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현/김종우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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